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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산게 아니었어

by 이든혜윰 posted Oct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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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엄기호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DSC07624.JPG


내가 자유로워지려면 반드시 힘이 필요하다.
내 삶이 살아갈 만하려면 삶을 지킬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 힘이 아킬레스처럼 남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강력할 필요는 없다.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며 운명에 맞서겠다는 정도의 힘이면 족하다.
이 힘이 용기다. '힘에 맞선 힘'이 바로 용기다.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운명에 맞서 싸울 수 있다. 그런데 이 용기는 절대로 혼자서는 낼 수 없다.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

동료다. 동료로부터 내 삶이 응원받을 때 비로소 우리는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제목에서부터 왠지모를 위로감이 느껴진다.

내가, 우리가 잘못 산게 아니란다...

도서관에서 읽으려고 미리 예약했던 도서를 제쳐두고 이 책을 접했다.

 

작가 엄기호의 약력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 글로벌학교의 팀장.

몇년전 우리 복지관 청소년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서울의 하자센터에 다녀온 후 감탄을 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 차>

1부. 우리가 알던 삶은 끝났다.

개짱이는 없다.

 고민고만한 삶을 꿈꿨다 / 개미, 참 열심히 신다 / 베짱이, 개미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 열심히 일하라. 그리고 그것을 즐겨라 /

하면 된다? 되는 것만 하라!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까, 나빠질까 / 격노, 삶이 기대처럼 굴러가지 않았다 / 냉소, 삶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 지금만큼이라도 살고 싶다

모욕주는 사회, 유령이 된 사람들

 평균을 탈락이다 /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을 말하지 못하는 고통 / 침묵해야 우리는 시민권을 얻는다 / 구체적이지 못한 죽음, 보편적이지 못한 슬픔 / 삶이 그렇듯 죽음에도 서열이 있다.


2부. 세상은 우리 편이 아니다.

경험이 죽었다.

 경험에는 어른이 필요하다 / 어른은 사라지고 '곤대'와 '애새끼'만 남았다 / 카메라와 가이드북이 대신하는 여행 / 카이로스, 첫 키스처럼 멈춰 진 시간 /

 크로노스, 스케줄로 꽉 찬 시간 / 어른도, 지혜도, 용기도, 빈틈도 없는 곳, 교실

동료가 사라졌다.

 만나면 피곤하다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왕따의 죽음 / 공감은 고통을 나누는 것이다 / '졸라'는 왜 공감이 아니란 말인가 /

 동료를 향한 용기가 죽어버렸다 / 학예회를 사랑할 수 있는가

법이 사람 잡는다.

 법은 정의의 가능성에 귀를 귀울인다 / 정글의 법칙보다는 법치가 낫다? / 법도 양육강식이다 / 법과 싸우는 사람들 /

 '황제'는 법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다 / 법의 이름으로 평화가 깨진다 / 법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만 듣는다 / 공화국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


3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사람을 옹호하고 사회를 폭로하다

 유씨, 자본주의를 폭로하다 / 끊임없이 고백을 강요받다 / 증언, 사회에 대한 의심! / 증언, 진실에 대한 용기 / 불한당 같은 시대, 교실에서 꿈꾸는 혁명

네가 있어서 내가 기쁘다.

 혼자면 외롭고 함께하면 괴롭다 / 동료가 되는 두 가지 방식 / 우리는 모두 이 세계의 손님이다  / 동료가 된다는 것 / 에로티시즘, 남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 / 동료를 위해 가면을 써라.

희망은 기다림이다.

언젠가는vs이번에는 / 희망의 개인화 / 근본적 질문이 시작되다 / 파국에 처한 삶 / 단절이 희망이 된다 / 의리, 용기의 다른 이름


나가는 글 

두더지가 되자

 두더지의 역습 / 신나게, 두려움없이, 망해가는 이야기를 해보자 / 삶 이후에 삶이 있다.

 

 

우리가 잘못 산게 아니라면, 그럼????

물음표 몇개를 품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목차를 살펴보면 이글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읽을 수 있다.

작가는 특이하게도 이 책을 쓰는데 결정적인 영감을 준 만화로 원피스를 소개한다.
사실 나는 원피스라는 만화를 이책에서 처음 접했다. 


만화 원피스에서 주인공 루피가 하는 말이 있다.

" 그래. 난 검술도 할 줄 모르고, 항해술도 없고, 요리도 못하고, 거짓말도 못해. 난 도움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어!" 그래서 이 만화는 끝도 없이 외친다. "너는 나의 동료다!" 동료가 있을 때 우리 삶은 삶이 된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나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이렇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 생각하나"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

불치의 병이 걸렸을 때? 아니!

맹독 버섯스프를 마셨을 때?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힐 때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삶, 이것이 바로 죽은 삶이다. 동료는 그래서 내가 죽어도 죽지 않게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내 삶이 응원받기 위해 우리에게는 동료가 필요하다.

 

책의 전반에서는 목차에서 보듯이 고만고만한 삶을 꿈꿨지만, 삶이 기대처럼 굴러가지 않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론도 지혜도 빈틈도 없는 교실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왕따의 죽음, 약육강식의 원칙을 따르는 법치...

읽어 내려갈수록 머릿속에 맴도는 한마디 "그래서 어쩌라고?"

작가는 신자유주의의 체제속에서 자신이 잘못 살고 있다는 자책어린 고백대신, 사회를 폭로하라고 한다.

 

진실에 대한 용기란 자신의 비겁함으로 보이는 것을 사회에 대한 폭로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시대와 사회에 대한 증언이 된다. 고백이 사람을 폭로하는 것이라면 증언은 사람을 옹호하고 사회를 폭로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에 대해 말을 할 때 내면의 고백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증언, 즉 자신의 말을 사회적인 발언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말고 사회에 대해서만 말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해 말할 때조차도 그 말이 사회에 대한 증언이라고 여기고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강조하는 말이다. 증언은 증언자가 자신을 시대와 사회를 향해 드러내놓는 행위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사회 역시 불가피하게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발하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증언은 그 자체로 사회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회적인 행위가 된다.

 

 

 

 

공감은 삶은 견뎌나가는 가장 큰 힘이다. 사회가 개인의 삶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더 이상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허무함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너도 나도 같이 상처받았다'라는 공감이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공감될 때, 그래서 내가 그에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때 삶은 살아갈만한 것이 된다. 이 상처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처임을 깨달았을 때 시데애 대한 인식이 되고 더불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용기가 될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응원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공감은 이 시대를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안철수 현상'이 생기고 나서 학생들에게 안철수를 왜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단연 공감이라는 마답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안철수도 역시 '대안'이나 '해법'을 제시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하고 자신들의 문제에 공감해주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그가 좋다고 한다.


늘 깨어 있는 것, 이것은 한명의 개인에게는 불가능하고 힘든 일이다. 혼자 깨어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은 내 옆에서 나와 함께 깨어 있으며 그날을 기다리는 동료가 필요하다. 내가 깜빡 잠이 들었을때 나 대신 망을 봐줄 친구가 필요하다. 그날이 왔을 때 나를 깨워줄 친구도 필요하다. 그래서 예수도 부처도 제자를 한 명만 두지 않고 여럿을 묶어서 동료 공동체를 만들어주었다. 서로 격려하고 서로 용기 북돋우며 깨어있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동료와 더불어 기다리기에 우리는 기쁠 수 있다. 시간의 촉박함과 조급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공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이 바로 내가 의리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붇돋운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공간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비록 지금은 먹고사는 게 바빠서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지만 길거리에서 싸우고 크레인 위에서 삶을 건 사람에게 응원을 보내는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용기를 외면하지 않고 내 나름의 방식대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 나는 이것을 의리라고 생각한다. 의리라고 하면 다소 마초스럽지만 우정이나 형제애라고 하면 의리라는 말이 가진 끈적끈적한 맛이 사라진다. 그래서 다소 불만스럽지만 그냥 의리라고 부르자. 비록 우리 자신은 김진숙이나 문정현 신부와 같이 앞에서 자신의 삶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처럼 세상과 불의와 운명에 맞서 싸울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괴감에 빠져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 대해 의리를 지켜 그들을 보호하고 응원할 수 있다. 용기를 내고 정신의 힘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지키는 의리, 이것이 용기가 아니라면 무엇이 용기란 말인가?


작가는 독자들에게 두더지가 되자고 한다.

" 지독한 근시인 두더지는 먼 곳을 보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있는 것만 볼 뿐이다. 눈앞의 먹이를 쫓는다. 두저지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림에 따라 땅속을 돌아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눈앞에 바위가 나타나면 돌아가고 눈앞에 좋은 흙이 있으면 미친듯이 당을 판다. 앞이 막히면 옆으로 가고, 옆이 막히면 미련없이 뒤돌아간다.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 종횡무진이다"


두더지에게 바깥은 위험하고 굴속은 안전하다. 굴은 두저지의 아지트다. 그래서 두더지는 좀처럼 바깥세상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가끔 무리지어 다니던 놈들 중에 한 녀석이 땅 위 세상이 궁금해서 고개를 굴 바깥으로 빠끔히 내밀 때도 있다. 그러면 삽자루건 망치건 곧바로 두더지를 향해 날아온다. 두더지는 혼비백산하여 고개를 굴속으로 다시 집어넣는다. 다시는 굴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겠다고 결심힌다. 그냥 더 깊이 굴을 파고 들어가 아지트에 숨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 러다 어느 날 호기심을 참지 못한 두더지 한마리가 다시 고개를 굴 바깥으로 내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런데 옆에도 두더지, 앞에도 두더지, 뒤에도 두더지다. 자기처럼 호기심에 머리를 내민 두더지가 한두 마리가 아니다. 이 두더지들과 서로 눈이 마주친다. 갑자기 나도 모르는 힘이 솟아난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한 마리, 두 마리... 두더지들이 미친 듯이 굴속에서 뛰쳐 나온다. 불과 조금 전까지도 아무것도 없었던 사막은 삽시간에 두더지판이 된다. 두더지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내가 고개를 내밀었을때 내 곁에서 나 같은 두더지가 나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을요.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기가 쫙 오지 않을까요?




작가는 밝은 미래, 희망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없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라, 두서너 마리라도 같이 모여 공부하고 토론하며 즐거울 수 있는 아지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세상 망하는 이야기도 신나게, 두려움없이 하자고 한다.


두 더지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 신이 나야 한다.
세상 망하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신나게'해야 한다. 아무리 슬픈 일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할 수 있음에는 '힘'이 있다. 이해하기 힘든 가장 커다란 비극도 말을 하는 순간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다. 말을 함으로써 우리는 그 어떤 비극이나 슬픔과도 거리를 띄울 수 있다.
말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이 힘을 느낀다면 우리는 망해가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도 충분히 신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동료와 아지트다. 언제든 내 삶을 응원해주는 동료와 함께 신나게 욕이건 공부건 세상 이야기건 할 수 있는 아지트만 있다면 우리는 이게 사는 건가 하는 질문을 품게 만드는 시대를 견디며 언젠가 도래할 '사막이 두더지 세상이 될 날'을 기다릴 수 있다. 내가 그 순간 '에이, 이건 아닐 거야' 하고 굴속에 틀혀박혀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 용기를 붇돋우며 맥주를 홀짝이기만 해도 된다. 아무 문제없다. 혼자 세상을 비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 위대하다. 삶이 비참하기에 삶은 더 위대하다. 파스칼은 인간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참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이란 진짜로 비참하기 때문이다.

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분명하다. 우리 삶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다만 우리 삶을 옹호하자. 무엇보다 비참하지만 이 비참함을 같이 껴안을 동료가 있다면 삶은 위대하다. 아니, 삶은 끈질기기에 위대한 것임을! 이 삶의 끈질김에 충실하자. 두더지의 힘은 충실함에서 나온다.

 

삶이 비참하다고, 이제껏 삶을 잘못 살아왔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Who's 이든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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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서비스1팀에 소속되어 홍보사업과 실습지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위해 

낮은 섬김과 소통으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는 사회복지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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